원작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줄거리 요약 및 해석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자 부조리극의 정수로 불리는 <고도를 기다리며 (Waiting for Godot)>는 현대 연극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원로 배우들의 열연으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는 등 시대를 초월하여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두 방랑자가 오지 않는 '고도(Godot)'라는 인물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과 기다림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1. 주요 등장인물
- 블라디미르 (디디): 지적이고 철학적인 면모가 있으며, 끊임없이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합니다.
- 에스트라공 (고고): 본능적이고 감각적이며, 건망증이 심해 방금 일어난 일도 자주 잊어버립니다.
- 포조: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지주. 1막에서는 럭키를 노예처럼 부리며 등장합니다.
- 럭키: 포조의 짐꾼. 평소에는 말이 없으나 명령에 따라 난해한 '생각'을 쏟아냅니다.
- 소년: 고도의 심부름꾼. 매일 찾아와 "오늘은 못 오지만 내일은 꼭 오신다"는 전갈을 남깁니다.
2. 줄거리 요약
제1막: 앙상한 나무 한 그루가 있는 시골길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앙상한 나무 아래에서 '고도'를 기다립니다. 그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끊임없이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고, 신발을 벗거나 모자를 고쳐 쓰는 등의 반복적인 행동을 합니다.
기다림 도중, 목줄에 묶인 럭키를 끌고 다니는 포조가 등장합니다. 포조는 럭키를 학대하며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이 기이한 광경을 지켜봅니다. 포조 일행이 떠난 후, 한 소년이 나타나 "고도 씨는 오늘 밤엔 못 오지만, 내일은 꼭 오신다"는 말을 전하고 사라집니다. 달이 뜨고, 두 사람은 떠나자고 말하지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럼 갈까?"
"가자."
(그러나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제2막: 다음 날, 같은 시간과 장소
나무에는 잎이 몇 개 돋아나 있습니다. 어제와 똑같이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람 앞에 다시 포조와 럭키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하루 사이에 포조는 눈이 멀었고, 럭키는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포조를 보며 두 사람은 갈등하다가 도와주지만, 그들 역시 넘어져 허우적거립니다. 결국 포조 일행은 떠나고 다시 소년이 나타납니다. 소년은 어제 왔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채, 똑같이 "오늘은 못 오지만 내일은 오신다"는 말을 반복합니다. 절망한 에스트라공은 목을 매어 자살하려 허리띠를 풀지만 끈이 끊어져 실패합니다. 두 사람은 다시 "내일은 목을 맬 튼튼한 끈을 가져오자"고 다짐하며 떠나자고 말하지만, 막이 내릴 때까지 그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습니다.
3. 작품 해석과 감상 포인트
'고도(Godot)'는 누구인가?
작품 속에서 고도가 누구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습니다. 많은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 신(God): 구원자로서의 절대적 존재
- 죽음: 삶의 끝에서 기다리는 필연적 결과
- 희망 또는 목적: 인간이 삶을 지탱하기 위해 설정한 막연한 목표
- 허무 그 자체: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행위의 무의미함
베케트 자신은 "내가 고도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말하며 특정 해석을 거부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도'가 아니라 '기다림'이라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현대인의 자화상
반복되는 일상, 소통되지 않는 대화, 기억의 불확실성, 그리고 오지 않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리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목적을 잃고 부유하는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완벽하게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